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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투자사업/(1) 도로, 철도

民資도로, 2兆 빚더미에 깔리다

 

"민자사업이 초기 비용 적어" 도로·터널 마구잡이로 건설
정부·지자체 적자 보전 비상 감사원, 운영실태 전면 조사

 

 

광주광역시가 내년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110억원이다. 그런데 제2순환도로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도로를 운영하는 맥커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재정 지원금이 223억원으로, 무상급식 예산의 2배가 넘는다.

2001년 이후 지급한 누적액은 총 1231억원으로, 웬만한 도로 하나 만드는 비용과 맞먹는다. 견디다 못한 강운태 광주시장은 "중앙정부가 나서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애초 민간자본을 유치해 도로를 건설하면서 일정한 운영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부족분만큼을 광주시가 메워주도록 약정(최소운영수입보장·MRG)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적자 보전을 위해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애물단지들이 전국 도처에 깔려 있다.

서울시는 올해 우면산터널 적자 보전을 위해 45억원, 지하철 9호선 적자보전을 위해 131억원 등 176억원을 민간업자에게 지급했다. 인천의 경우 문학·만월산·원적산 터널 등 3개 터널이 '돈 먹는 하마'로, 해마다 200억원 안팎의 예산을 3개 터널 적자 보전을 위해 쓰고 있다.

대구 범안로 적자 보전을 위해 올해 110억원의 예산을 지급하는 등 지금까지 799억원의 예산을 민자업체에 지급했다. 이같은 현상은 부산 수정터널, 대전 천변도시고속도로, 경기도 일산대교, 강원 미시령관통도로, 경남 마창대교 등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각 시·도에 확인한 결과, 9개 시도가 14개 민자사업 적자 보전액으로 지급한 예산은 2008년 739억원, 2009년 858억원에서 올해는 1061억원으로 부풀었고, 누적액은 4643억원에 이르렀다.

중앙정부가 부담한 올해 민자사업 적자보전액 3830억원, 누적액 1조6641억원을 합할 경우(본지 3월 8일자 A1면 보도) 올해만 적자보전액은 5000억원 가까이 들고, 누적액은 2조원이 넘는 것이다. 초기 사업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권장하고 각 시도가 마구잡이로 추진한 민자사업의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 앞으로 20~40년 동안 계속 액수가 늘면서 쪼들리는 지방재정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중앙정부와 광역시·도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에서 추진한 민자사업들도 하나 둘씩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을 주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적자 보전' 대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현재 중앙부처, 시·도, 시·군·구 등이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사업을 추진한 모든 민자 사업을 대상으로 운영실태에 대한 전수(全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民資사업 적자 메워주는건 한국뿐… '맥쿼리' 작년 1578억 수익
민자도로·지하철·다리, 전국에서 속속 개통
"20~40년간 보전" 약속… 앞으로가 더 큰 문제

전국 시·도가 민자(民資) 유치사업으로 추진한 도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민자 도로의 막대한 적자를 메워주는 예산이 지자체마다 한 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러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 예측 부풀려져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광주광역시 제2순환도로 1구간은 1997년 협약 당시 인구 증가 등에 따라 올해 통행량이 하루 8만6898대에 이를 것으로 잡았으나 올 10월까지 하루 통행량은 예측의 39%인 3만4021대에 불과했다. 1구간은 무등산을 끼고 도는데, 광주 동구의 도심공동화로 인구가 줄어든 데다 주변 간선도로망이 좋아져 1구간 통행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2004년엔 예측 통행량의 57%였지만, 2007년은 50%, 지난해는 41%로, 올해는 39%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2순환도로 때문에 민간업체에 지급하는 적자 지원금은 2007년분 198억원에서 2009년분 223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광주시만이 아니다.
부산 수정터널의 경우 실제 통행량이 애초 예상한 통행량의 65% 수준에 머물면서 부산시는 매년 50억원대의 적자 보전금을 지출하고 있다. 인천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한 문학·원적산·만월산 터널 등 3개 민자터널 통행량이 당초 수요 예측한 통행량의 20∼5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올해까지 모두 1075억원을 적자 보전금으로 지급했다.

이처럼 당초 예측 교통량이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어서, 실제 도로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을 밑돌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적자를 메워주기로 한 협약에 따라 지자체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당시 중앙정부가 권장해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1994년 민자유치촉진법 제정 이후) 정부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민자 유치 사업을 권장했고, 제2순환도로 사업도 당시 정부가 만들어준 기준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정부가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6년엔 민간제안 사업, 지난해 정부고시 사업에 대해 이 제도를 폐지했지만, 이미 맺은 협약에 따른 부담들이 차례로 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20~40년이 더 문제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적자보전 협약 기간이 20~40년에 이르러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2008년 개통한 마창대교에 대해 예상 통행량의 80%에 못 미치면 앞으로 30년간 적자분만큼 보전해 주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마창대교도 예상 통행량의 44%에 그칠 정도로 이용 차량이 적어 경남도는 올해 114억원을 운영업체에 지급해야 할 처지에 있다. 마창대교 관련 문제점을 제기해온 경남도의회 김해연 의원은 지난해 통행량이 현 상태로 머물 경우 보전액은 2015년 238억원, 2035년 913억원 등 30년간 총 1조4304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박성진 간사는 "대부분 민자사업이 20~30년 적자를 보전해주기로 협약을 맺었고 법적으로 잘못을 고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민자업자 배만 불려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자사업에 대한 비판은 높아지고 있지만 통행량을 예상하고 협약을 맺은 것은 대부분 10여년 전 일이라 책임지는 사람과 기관도 없다.

해당 시·도는 "사업성 추계가 엉터리로 부풀려졌다"며 민간업체에 계약을 변경하자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자는 요지부동이다.

더구나 지자체들이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주고 지은 다른 민자사업들도 속속 개통해 돈을 지급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예를 들어 곧 개통할 예정인 용인 경전철의 경우 현재 조건으로 개통할 경우 용인시가 하루 2억원의 운영 손실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가 부담해야 하는 제3경인고속도로가 지난 8월 개통했고, 부산시와 경남도가 적자를 책임져야 하는 거가대교(40년 계약), 의정부시가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의정부 경전철, 부산시와 김해시가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김해경전철 등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최소운영수익보장 (MRG·Minimum Revenue Guarantee)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만들 때 실제 수익이 예상 수익에 못 미칠 경우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 예를 들어 예상 수익의 90%를 보장하기로 했는데, 실제 운영 수익이 70%에 그치면 20% 해당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1998년 정부가 도입했다가 지금은 폐지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