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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투자사업/(6) 업계환경

민자SOC 투자활발? 알고보니 보증 대출만 ‘북적’

 

올 하반기 들어 굵직한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금융약정이 속속 체결되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의 보증부 대출 선호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이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무보증부 대출 또는 자본금에 대한 재무적 투자(FI) 참여를 꺼리는 상황이어서 민자 금융시장이 보증 유무에 따라 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1조5200억원 대출 규모 상주~영천고속도로의 투자확약서(LOC) 모집을 잠정 마감한 결과 무보증 변동금리 조건 모집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무보증 변동 조건으로 8900억원을 모집했는데 우리은행 부산은행 외환은행 등 3개 은행이 총 2500억원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모집 대비 부족한 금액 6400억원은 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3개 금융주선기관이 떠안아야 한다. 공동 주선기관인 교보생명은 고정금리 모집분을 책임진다.

이에 비해 신용보증기금이 원리금을 보증한 보증 대출분(고정+변동금리) 3000억원과 무보증 고정금리 조건 대출분 3300억원은 투자자 모집분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조건의 경우 주선기관들이 투자자를 상대로 보증 대출과 무보증 대출분을 1대1 물량으로 끼워팔기를 하는데다, 고정금리 조건분의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들의 갯수가 워낙 많다보니 모집물량을 소화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신보는 민자 사업 활성화를 위해 건당 3000억원 한도내에서 보증을 지원한다.

앞서 지난 19일 금융약정을 체결한 구리~포천고속도로도 무보증 변동금리 조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총 6900억원 모집에 외환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IBK연금보험 농협 등 5개 기관이 총 2100억원의 대출을 약정했다. 부족한 금액 4800억원에 대해선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 등 3개 주선기관이 떠안았다. 반면 보증부 대출은 모집 주선기관이 신청금을 깎아야 할 정도로 참여기관 모집에 성황을 이뤘다.  

FI 모집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올해 금융약정이 체결된 △부산신항제2배후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우이~신설경전철 △안양~성남고속도로 등의 FI가 없었다. FI모집에 성공한 것은 구리~포천고속도로 1건 뿐이다. 대출 참여기관을 모집중인 상주~영천고속도로도 FI 모집 공고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민자사업 자본금을 건설사(CI)들이 채우고 있다. 건설사들은 FI가 많을수록 자본금을 덜 납입하고 시공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FI를 선호한다. 그러나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폐지된 이후 사업성이 어지간히 높게 나오지 않으면 FI들이 민자사업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SOC에 돈이 몰린다고 하는 데 이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 보증 대출에나 해당되고, 무보증 대출이나 FI는 아직도 모집이 쉽지 않다”면서 “SOC 투자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OC 주요 금융주선인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MRG없는 민자사업에 금융약정이 체결된 것만 해도 올해 상당한 진전을 거둔 것”이라며 “FI 유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정호기자 won@

출처 : 건설경제 201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