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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투자사업/(6) 업계환경

민자 CI(건설투자자), 자본금 낮추기 등 ‘유리한 조건’ 포기 잇달아

 

금융권의 과도한 리스크 떠넘기기 탓…“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민간투자사업 추진과정에서 시공사(CIㆍ건설투자자)가 초기 자기자본 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 즉 금융권의 출자를 유도할 경우 ‘자기자본 부담금 총액’을 민투비의 15%까지 낮출 수 있지만, FI의 과도한 ‘리스크 떠넘기기’ 조건 탓에 속편한 나홀로 자본금 출자를 택하는 실정이다.

 17일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FI가 총 자기자본금의 50%를 출자할 경우 CI가 자본금 비율을 민투비의 15%까지 낮출 수 있다’는 민자사업의 조건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 조건은 기획재정부가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의 결의를 통해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반영한 조항이다. 민자사업을 건설사 자본에 의존하기 보다는 금융시장 등에서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민자의 기본 취지에 옳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따로 가고 있다.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형 민자사업에서 조차 건설사들은 자기자본금(총민투비의 20%)의 전액을 내놓는 쪽으로 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경 잇달아 금융약정이 체결된 제2경인연결(안양~성남) 고속도로 민자와 제2영동 고속도로 민자의 경우 모두 CI가 자기자본금 전액 출자로 정했다. 사업초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기자본 출자액의 약 5%를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포기한 것. 제2경인연결 고속도는 롯데건설이, 제2영동 고속도는 현대건설이 각각 건설 주관을 맡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대형 민자사업의 경우 자기자본금 20% 조건은 사업초기 CI에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FI의 자본금 출자를 통해 이같은 자본금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이 있음에도 포기하는 데에는 그만큼 FI, 즉 금융권의 과도한 리스크 떠넘기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실상 현재 추진 중인 고속도로 사업에서 FI의 참여를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권이 과도한 수준으로 자금보충약정(CDS) 한도를 요구하고 풋옵션(Put Option) 조항을 내거는등 무리하다고 판단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자기자본금 출자에 따른 요구조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0년경 맺어졌던 대형 민자인 수원~광명 고속도로 민자와 신분당선연장 복선전철 민자의 경우 자본금 출자에 FI가 참여하는 쪽으로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비록 FI출자에 따른 풋옵션이 걸려있었지만, 건설사들은 FI참여에 따른 출자금 낮추기가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금융약정이 체결된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민자(건설주관사 대우건설)의 경우 FI가 참여하는 쪽으로 결론났지만,

 자금보충약정 및 원금ㆍ이자 수익률에 대한 FI 지급율 등을 볼때 CI에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건설시장에 알려져 있다.

 한 대형민자에 참여하는 한 금융기관의 관계자는 “민자의 수익률을 건설사가 확신하고 참여한다고 호언장담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건전한 금융안정을 위해 높은 수준의 조건을 내걸고 참여한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다”라며 ”금융조달의 안정성 확보가 금융기관에선 최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민자시장에서 FI는 말 그대로 재무적 투자자”라며 “공공성을 지녀야 할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건전한 공공인프라를 조성하는 민자사업에 책임은 전혀 떠안지 않고 편하게 수익률만 챙기겠다는 입장은 매우 수준이 떨어지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박우병기자 mjver@

출처 : 건설경제 201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