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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투자사업/(6) 업계환경

민자사업 금융약정 체결의 그늘

 

금융권 무리한 요구에 건설사 중도 하차 잇따라

 #1 한 민자도로 사업의 대표사를 맡고 있는 A건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금융약정 체결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금융약정의 조건을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며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A건설은 이들 구성원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2 B건설은 지방의 민자도로 사업에 컨소시엄 구성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권이 제시한 조건을 들여다보니 시공은 물론 운영에 대한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B건설은 내부 투자심의에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사업권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들어 민간투자사업의 금융약정 체결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꽉 막혀 있던 자금줄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사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융약정 체결에 나서고 있지만 컨소시엄 구성원들은 금융권의 무리한 요구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대로는 못해

 그동안 힘들게 끌어온 민자사업의 사업권을 내놓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특히 대표사가 아닌 컨소시엄 구성원들은 금융권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맞춰주면서까지 더이상 사업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공에 따른 이익은 물론 준공 이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대한 리스크까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어렵사리 확보한 물량마저 포기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권은 건설사에 사실상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수준에 준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의 자기자본비율 100%, 10%에 달하는 이자율 보장 등이 금융약정 체결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건설사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MRG를 다 달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컨소시엄 구성원 입장에서는 선별적으로 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사 부담 가중

 금융약정 체결을 앞두고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중도 하차하면서 대표사들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사로서 중간에 빠진 구성원들의 지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표사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크게 3가지 정도.

 나머지 구성원들과 함께 지분을 나눠 갖거나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해 빈자리를 메우는 방법이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대표사가 지분을 이어받는 수밖에 없다.

 실제 A건설은 일부 구성원들이 포기한 지분을 나머지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 리스크를 수용한다면 지분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추가 지분 인수를 꺼려 한다면 최악의 경우 A건설이 지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가 사업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추가 이탈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손실을 보면서까지 사업을 유지할 수 없는 만큼 중도 하차하는 건설사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출처 : 건설경제 201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