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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원 대박’ 브라질 고속철 수주 ‘파란불’

 

ㆍ강력한 경쟁국 日 입찰포기… 파격적 기술이전 카드 매력
ㆍ내달 16일 우선협상자 결정

23조원짜리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에 파란 불이 켜졌다. 경쟁국가들의 입찰포기가 확실시 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이 총출동한 한국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 이은 또 한차례의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커졌다. 수주에 성공하면 철도가 개통된 지 106년 만의 해외수출이라는 의미도 있다.

25일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에 따르면 29일로 예정된 고속철 참여 희망 업체들의 사업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일본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쓰이물산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이 건설 후 40년 동안 고속철 운영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고,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주 브라질 일본 대사를 통해 브라질 정부에 ‘입찰 마감 시한을 미루지 않으면 응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였다. 프랑스 알스톰을 비롯한 프랑스 컨소시엄과 독일과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도 대부분 응찰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져 한국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사업단의 자체 판단이다.

사업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24일 삼성·LG·SK·현대자동차 등 주요그룹 계열사가 총출동한 15개 기업과 브라질 현지 투자회사, 10여개 현지 건설업체가 손잡은 한국·브라질 컨소시엄의 출범식이 열렸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18일자에 “고속철 사업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 가운데 한국이 가장 준비가 잘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컨소시엄의 강점은 과감한 기술이전이다. 우리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고속철 기술을 꾸준히 축적했다. 정부가 큰 틀에서 기술이전을 해줄 여지가 있는 반면 일본과 미국은 관련 기술을 민간 제조기업이 갖고 있어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었다.

우리나라 KTX가 일본의 신칸센,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를 제치고 브라질 고속철을 수주하면 철도 개통 106년 만의 첫 해외수출이란 경사를 맞는다. 우리나라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기술을 들여와 2004년 KTX를 개통한 뒤 6년 만에 자체 기술로 만든 KTX-2(산천)를 수출하는 셈이다. 이는 세계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과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후임으로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주마 호세프 당선자가 한국 컨소시엄에 호의적인 것도 우리로서는 호재다. 주마 당선자는 11일 서울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브라질 고속철 사업 참여를 위한 준비를 갖춘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고속철 프로젝트는 주마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다.

브라질 정부는 2014년 월드컵에 맞춰 고속철을 완공한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는 고속철이 개통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컨소시엄은 민관 합동으로 수년간에 걸쳐 수주 준비작업을 해왔다.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은 1990년대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사업비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속철 사업은 표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2006년 4월부터 철도기술연구원 주도로 발빠르게 브라질 정부와 접촉을 벌였다.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 서선덕 단장(한양대 교수)은 “사업 수주를 위해 4년 이상 공을 들여온 만큼 우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우선협상자 선정은 다음달 16일 결정된다.

출처 : 경향신문 201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