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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투자사업/(6) 업계환경

민자사업 최초제안 ‘하고 싶어도 못한다’

보상 등 리스크 떠안고 이용요금은 일방규제…수익성 급락

 업계,주무관청마다 거부감…수십억 제안서 휴지조각될 판

 #대규모 택지지구와 신도시를 연결하는 민자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민간제안으로 추진하려는 A사.

 2년여에 걸쳐 최초제안서를 작성해 몇차례에 걸쳐 주무관청을 찾아갔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토지 등 보상비 조달계획부터 확정하고 이용요금은 무조건 일정수준 이하로 맞춰와야 받아준다는 것이다.

 A사로서는 제안시점에 수천억 조달계획을 내놓고 수익률까지 일방 규제한다는 것은 제안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상습정체구역에 우회도로를 신설하는 제안서을 준비했던 B사 역시 최근 제안계획을 보류했다.

 보상계획과 통행요금 인하는 물론, 민원예방 및 조치계획까지 검토를 완료해야 제안서를 받아주겠다는 것.

 B사는 수차례에 걸쳐 제안서를 보완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져 금융권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처지에 놓였고, 결국 제안서는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규 민자사업을 발굴, 추진하고 있는 건설 및 엔지니어링업계가 제안서까지 만들어놓고도 받아주는 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의 자금난으로 인해 제안사업이 감소했다는 분석과 달리, 주무관청의 일방통행식 요구와 거부감으로 인해 민간제안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 전에 비해서는 신규사업 발굴시도가 줄긴 했으나, 수주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안사업 추진 노력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고속도로와 우회도로, 하수처리장, 하수재이용시설 등 최소 20여개 건설사 및 엔지니어링사가 당장이라도 제출이 가능한 제안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수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인해 제안서 제출을 사실상 포기한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추진 가능성이 있는 민자사업은 상당량에 이른다는 것이다.

 업계는 그러나 투자여력 감소 등 개별적 사유 보다는, 주무관청의 조건이나 요구사항에 막혀 원활한 제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사와 B사가 직면하고 있는 사전 보상비 조달과 민원 리스크까지 민간에게 전가하는 경우다.

 보상과 그에 따른 갈등은 민자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하지만 지자체 등 주무관청은 민간사업자에게 모든 리스크 해결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안서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업계도 사업자가 보상계획 마련에 기여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원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주무관청은 뒷짐을 진 채, 사업초기 단계에 모든 계획을 확정하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도 모두 민간이 떠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민간과 정부가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해야만 가능한데, 최근 주무관청의 요구사항을 듣다보면 이 협력관계가 완전히 깨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는 “주무관청의 조건에 맞춰 제안서를 고칠때마다 수익성은 뚝뚝 떨어져 금융권에게는 전혀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가 돼 버린다”며 “주무관청과 금융권에 치어 사업발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와 더불어 주무관청이 일부 최근 민자사업에서 드러난 운영적자나 안전사고 등 문제점을 의식해 제안서 수용은 물론, 사업추진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민자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누가 책임질 것이냐’란 말이라며 상당수의 주무관청이 제안은 물론 민자사업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사석에서는 ‘인사발령이 곧 나니 담당자가 바뀌면 그때 사업을 추진해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

 한 업계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을 걱정하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민자사업 유치에는 극도로 부정적”이라며 “이런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자시장 활성화를 부르짖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경제 2013-01-16